by 선농문화포럼 posted Apr 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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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국의 대표적인 석학 린위탕(林語堂)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문자(漢字)와 만리장성 그리고 멘즈(面子:체면)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 세 가지는 유형과 무형의 중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글자로 쓴 말을 말로 한 말보다 우위에 두었고,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강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이로 인해 신에 대한 기원은 말이 아닌 글로만 하였다. 또한 문자의 조직이 복잡한 까닭에 문자에 대한 미학적 흥미를 갖게 되어 글자를 잘 쓰는 사람을 교양인으로 인정하였다. 그리하여 서도는 위대한 예술로 받아들였고, 각기 다른 방언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중국문자를 해득하면 언어상의 장벽은 쉽게 극복되어 동문(同文)=동족(同族)이라는 등식의 성립을 가능케 했다. 그 같은 등식은 언어와 풍속이 다른 수많은 중국인들을 결속시키는 촉매가 되었다.

 

이처럼 문자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문자를 교양으로, 서도를 예술로 동문을 동족이라는 의미 부여는 물론, 그 문자로 기록된 역사와 문학 그리고 예술 등 기록문화 전반에 이르는 그들 특유의 문화코드를 형성하였다.

 

만리장성은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 축성 기간과 규모, 동원된 인력과 물자 그리고 고산과 준령을 연결하는 난공사를 마다하지 않고 완성시켰다는 사실은 경탄에 앞서 보는 이의 모골을 송연케 한다. 일찍이 마오저퉁(毛澤東)은 「열자」탕문편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우화를 즐겨 말했다고 한다. 까닭은 자라지 않는 산을 자자손손 이어지는 인력으로 옮기는 데는 ‘합리적 가능성’이란 의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영토에 살고 있는 수많은 중국인들을 공산화시키는 것은 ‘우공이산’만큼이나 어려운 것이었으나 합리적인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만리장성의 축조와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역사적 유물인 만리장성은 중국인에게는 곧 ‘할 수 있다(能)’는 믿음으로 통한다. 그러므로 고대로부터 현대중국에 이르는 일체의 토목공사와 유형의 인공구조물들은 중국인 특유의 기질과 스케일 그리고 ‘할 수 있다’는 합리적 가능성을 기저로 한 문화코드로 접근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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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통적으로 윤리와 도덕을 중시한 것은 그것이 부재했거나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문화를 형성시켰다. 그리하여 오륜과 삼강은 중국사회의 중심 가치인 동시에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윤리와 도덕이 강조되면 될수록 다른 사람을 배려하게 되었고, 이 같은 사회적 배려는 인간관계를 특별히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좋은 인간관계는 인간적인 배려 속에서 유지되고 발전되기 때문에 배려의 대상과 자신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자제는 결과적으로 멘즈를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멘즈는 좋든 나쁘든 간에 인간관계인 ‘꽈안시(關係)’문화를 이루었다. 중국에서 꽈안시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것이 커넥션이나 인맥, 연줄 등으로 해석되는 중국인 특유의 끈끈한 결속력을 포함한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의 의식구조와 사고패턴을 이해하는 데 있어 멘즈에 대한 이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멘즈는 중국인들의 의식과 사고에 특유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 폭넓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문자와 만리장성 그리고 멘즈에 대한 통섭적인 이해는 중국, 특히 유무형의 중국문화 전반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의식 무의식적으로 어떤 대상에 대하여 모종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글 장공자 (충북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