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농문화포럼 posted Apr 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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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

 

 

글 정하영

(한국철강신문 편집국장)

 

 

조명숙.jpg

 

 

일상이 참으로 팍팍한 세상이다. 일신(一身)을 위해 살다보니, 아니 욕심내다보니 모두 여유가 없다. 이타(利他)는커녕 주변을 돌아보고 챙겨볼 엄두를 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소금과 밀알 같은 사람들이 있다.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의 삶과 시간을 아낌없이 내주는 이들. 이들로 인해 세상은 그래도 살맛나는 것 아닐까? 이들을 대하게 되면 조금은 미안한 마음과 함께 잠시라도 우리를 착하게 만들어준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을 만났다. 내 가슴이 저절로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 것이 봄볕의 따뜻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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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문명이 우리를 앞서고 사회 구조도 참 복잡다단해졌으며 구성원들이 참으로 다양해졌다.

 

그 중에도 탈북 청소년들은 너무도 이질적인 환경과 문화로 인해, 그리고 그동안 겪은 모진 삶의 상흔으로 많이도 아프고 힘들다. 이들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이끌어주는 곳, 바로 서울 남산 자락의 여명학교다. 그 여명학교를 주도적으로 만들고 이끌어 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소금, 밀알과 같은

이가 바로 조명숙 교감선생님이다.

 

≫ 대안학교란? 그 중에도 여명학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대안학교는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학교입니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이 다 다른데 일반 공교육은 모두 동일한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해에 수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이를 거부하고 학교를 이탈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만들어진, 아이들 특성에 맞는, 학생 중심의 학교가 대안학교입니다.

 

여명학교도 이런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입니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교육 과정과 내용으로는 지도가 어렵습니다. 북한이탈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로서 그 학생들의 지나 온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며 그들의 수준에서부터 시작하여 가르치는 대안학교입니다.

 

2004년에 교단을 초월하여 뜻있는 교회들이 연합하여 설립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남한 사회정착을 돕고 통일을 준비하는 학교로 개교하였습니다.

 

≫ ‘탈북 청소년의 대모’라 불리고 계십니다. 여명학교를 시작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제가 빈민촌에서 태어나서 배고프고 없는 설움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 그들이 어렵게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그들을 돕다가 신혼여행 겸 갔었던 중국에서 탈북자를 만나면서 외국인 노동자보다 더 힘들게 살

아가는 동포를 보고 그들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귀국해 북한이탈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학교를 제안했고 여명학교에서 섬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여명학교의 교육 프로그램 특징은?

 

교육철학이 중요한데요. 그 교육철학으로부터 프로그램과 방법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바로 회복인데요. 이 아이들은 한 번도 귀하게 대접받아 보거나 사랑한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한 아이들입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먹고 살기가 어려우면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거죠. 그런데 막상 어린 아이들은 부모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사랑으로 인간의 가치, 존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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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지요. 회복, 이해, 사랑의 철학으로 가르치고 워낙 상처가 많은 학생들이라 치유와 보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 여명학교의 교육성과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단 시간에 나타날 수는 없지만 여명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교육성과가 아닐까요?

 

현재 가르치는 학생 70여명 중 부모가 모두계신 경우가 10명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모두 무연고 단독 탈북이거나 어머니만 계신경우입니다. 이들은 밥을 먹어도 북한의 가족들이 생각나서, 따뜻한 방에서 이불을 덮으면서도 죄책감을 느낍니다. 가정의 날 부모님께 꽂아드릴 카네이션을 들고 가는 또래들만 봐도 마음이 아픈 학생들입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아이들은 울지도 않습니다. 한번 울게되면 무너져 버릴까봐 그런 것이죠. 그래서 분노가 폭발하면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폭발력이 상당해 교사라도 감당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여명학교의 교육을 통해 기도하며 웃고 또 우는 학생들로 변하고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이, 그 또래의 아이들의 정서와 분위기로 변화해 가는 것이 단기적인 교육 성과겠지요. 장기적으로는 남을 돕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반 국민들에게 하고픈 말씀은?

 

북한이탈 청소년들은 남이 주지 않아도 받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 또 간첩 사건 등 또 요즘처럼 북한과의 관계가 안 좋거나 전쟁운운할 때, 아이들은 자신들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위축되고 힘들어 합니다.

 

이럴 때 이 아이들을 향해 더 따뜻한 눈길과 격려를 주셨으면 해요.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라고. 그런 따뜻한 마음이 요즘 더욱 필요한 시기입니다. 아울러 조 교감은 어린 시절 그녀를 껴안아 주던 천상병 시인으로부터 받았던 따뜻한 기억을 얘기했다. 조명숙 교감의 따스한 마음의 근원은 바로 자신이 자란 상계동 달동네 어린 시절, 시인에게서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나누어 받은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탈북 청소년들을 진정으로 돕는 길은, 교육이라고 새삼 깨닫는다. 한편 바로 자기자신이 학생 시절 경험했던 일탈(逸脫)이, 오히려 좋은 선생님이 되기위한 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봄바람처럼 머리를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