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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_1.jpg  이경자,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34개 국가 중 5위, 사회갈등 관리 지수는 27 위로 보고된바 있다. 사회갈등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7%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사회가 갈등관리 능력이 실종된 심각한 갈등사회이고, 그로 인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하는 수치다.

 

구태여 이런 통계를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가 심각한 갈등사회라는 것을 우리는 일상으로 체감한다. 정치, 사회적 주요 현안마다 격렬하게 충돌하는 보수-진보 진영 간의 이념갈등, 소득과 분배의 문제를 둘러싼 계층갈등, 일터에서의 노사-노노 갈등, 가정 안과 밖에서 표출되는 세대 갈등, 우리사회 갈등은 모든 사회적관계로 확산되는 모양새이다. 갈등 그 자체는 나쁜 것만도 아니다. 갈등은 생각과 이해를 달리 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인간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고, 살아있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개인과 사회는 크고 작은 갈등을 통해 문제를 알아차리기도, 문제해결 방법을 발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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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종의 물고기만 수조에 넣어두면 나태해져 쉽게 죽는데 반해 메기를 넣으면 물고기들이 긴장하고, 많이 움직여 결과적으로 오래 산다는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른바 ‘메기이론’이다. 메기가 수조 안에 갈등을 제공했고, 갈등상황으로 인한 수조내의 긴장과 그로 인한 변화가 물고기들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갈등은 수조안의 메기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필요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갈등의 양상이다. 갈등은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삶, 즉 생명력의 에너지인 동시에 모두를 파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 즉 파괴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우리사회 갈등은 그 양상이 증오와 대결의 수준에 이르렀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갈등이 증오의 수준으로 증폭되면 이것은 이미 파괴의 에너지이다. 파괴의 에너지는 문제를 만들고 확대시킬 뿐,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 할 수 없다. 사회적 갈등 비용이 국내총생산의 27% 에 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갈등이 이미 우리사회를 위협하는 파괴의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단서이다. 대립과 증오의 본질은 너와 나, 내 편과 네 편을 구분하고 거기에 다시 선과 악, 옳고 그름의 분별을 덧씌우는 것이다. 너와 내가 다르고, 너는 그르 고, 나는 옳고,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고, 그러니 너와 나는 함께 할 수 없는 대결의 상대라고 보는 마음에서 갈등과 대립이 시작된다.

 

사회란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한 관계로 연결된 그물망과 같다. 우리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물망으로 서로 연결된 사회를 사는 공동운명체이다. 사회라는 그물망 안에서 나는 나인 동시에 우리인 것이다. 사회라는 그물망은 어망이 그렇듯 그 한 끝이라도 끊어지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공동체가 무너지면 그 안에 있는 너와 나 모두가 무너진다. 사회라는 그물망 을 유지해 주는 것은 신뢰이다. 그래서 신뢰를 사회적 자본이라 한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 없이 사회의 건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끊어진 그물로는 고기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어부는 늘 그물을 돌보고 손질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스스로가 대립과 증오라는 날카로운 칼로 그물에 구멍을 내놓고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갈등하 는 형상은 아닌지. 고기를 잡기위해 늘 그물을 살피고 손질하는 어부에게서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배울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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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앞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사물 인터넷 시대. 인간보다 똑똑하고 지치지도 않는 근면성과 정확성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인간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 하는 시대. 모든 것이 모든 것과 연결돼 데이터화 되고,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분석하고 판단해주는 빅 데이터의 시대.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일상에서 인간보다 똑똑한 대상과 상대하며 살아야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스마트 시대의 특성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것이 융합(convergence), 협업(collaboration), 공감능력, 공유, 개방성, 소통 같은 말이다. 갈등이나 대립과는 거리가 먼 개념들이다. 인류 역사를 아이폰 이전의 시대와 이후의 시대로 구분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상을 바꾸어 놓은 스티브 잡스의 성공 스토리에 이런 말들의 의미가 녹아있다. 그는 아이폰을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라고 말한다. 아이폰은 인문학과 최첨단 ICT기술의 ‘융합’이며 ‘콜라보레이션’의 결과인 셈이다. 공감능력 또한 잡스 성공의 열쇠이다. 사용자의 마음을 읽고, 교감하는 그의 공감능력이 사용자가 좋아 할수 있는 상품을 탄생시켰고, 성공했고, 오늘의 스마트 시대를 열었다. 공감은 너와 나를 배타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할 때 가능하다. 융합이란 서로 다른 것이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 협업은 협력과 협동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서로 협력하고 협동해 그 결과가 각각의 합 이상이 되는 것이 곧 협업의 효과이다. 다름에 대해 대립과 대결이 아닌 이해와 협력 관계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21세기 스마트 시대의 삶과 일의 방식이고, 경쟁력이다. 그런 점에서 대립과 증오가 넘치는 오늘의 한국사회 모습은 분명 21세기형 사회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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