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존중하는 깨어있는 관계를 갖자 - 황정현

by 선농문화포럼. posted Jan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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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존중하는
깨어있는 관계를 갖자

 

황정현
몸살림/몸깨침 대표,
명지대 객원교수

 

 

관계는 나와 너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의사가 9살 난 여자아이의 암을 치료하러 가는데 동행하자고 해서 어느 가정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참 똑똑하게 보였다. 방안에는 그 아이의 어머니가 있었는데 아이는 엄마를 향해 격앙된 소리로 욕을 자주 했다.

“엄마가 이렇게 만들었어”
“나를 죽게 했어”

이 말에 엄마는 나쁜 말을 한다고 야단을 쳤다. 엄마는 자기 딸이 전에는 욕을 전혀 하지 않고 착하고 인사성 밝고 예의가 아주 좋았는데 병이생긴 후부터 이런다고 했다. 난 직감적으로 ‘모녀의 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한의사에게 사연을 듣고 정리해봤다. 아이의 아버지는 정부의 요직에 있었는데 어머니는 이 아이를 통해 자신의 꿈과 가치,만족을 얻으려고 했다. 전교 2등이 되거나 성적이 100점에서 1점만 내려와도 용납하지 않았고, 항상 반듯하게 모범생의 태도와 말, 예의범절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자신이 내세울게 없어서,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이상을 실현하지 못해서인가? 자녀에게 가해진 엄마의 욕심은결국 어린 아이 스스로의 생명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까지, 마음의 응어리가 암이 되어, 숨 막힌 감정을 욕으로 자신의 상태를 몸의 죽음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의 분신인 자녀가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데도 진실한 생명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부모, 그들은 생명살림의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먼저 경험하고 나이가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의 관계에서는 아이가 절대적으로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아이가 부모에게 피해를 줘봐야 어른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나무보다 예쁘고 여린 꽃과 잎사귀를 골라 따듯이사람들의 관계에서도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다시 말해서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에게 접근한다. 자신을 보고 자신의 의도를 잘 아는사람에게는 조심하게 대하면서 순진한 사람은 잡으려한다. 이런 권력관계의 접근은 한 사람의 삶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이렇게 이기적인 사랑의 욕구로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건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한여성, 한 남성의 가슴에 씻지 못한 상처를 남겨 인생을 좌우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만나 처음에 좋은 감정으로 시작된 출발이 병과상처로 끝나는 삶의 모습은 모두 사랑의 마음, 관계와 이어져 있다.

어느 한 사람이 배우자에게 소리 지른다.
“ 당신이 내 인생을 망쳤잖아 ”
“ 저 웬수한테 내가 넘어가더니 내가 미쳤지 ”
“ 이 병 걸린 거 다 저 인간 때문이야 ”
“ 보기도 싫으니깐 제발 내 눈에서 사라져 ”

암 환자가 있는 가정에 병문안을 가보면 부부가 다정하게 서로 위안이되는 대화를 하는 경우도 보지만 부부사이가 극단적으로 틀어져 격한감정의 표현을 하는 상황을 접할 때도 간혹 있다. 다들 사랑으로 만나달콤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 자신들의 아이를 낳지만 이 세상 누구의관계보다도 최악의 관계로 치닫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삶의 이면 이기도하다.
스스로의 깨어있음이 사랑이며 관계이며 깨침임을 분명히 자각하자. 내안의 관계를 온전히 하는 자기사랑의 자리에 상대의 사랑을 넣지 말자.한 사람을 존중하자. 그리고 스스로 자기다움을 찾는 시간을 존중하자.있는 그대로를 존중하자. 스스로의 사랑이 진정 아름다움이란 걸 깨닫자. 지금 내 앞에 깨어있는 관계를 가져보자.

‘빠지지 않고 빠지게 하지 않는

그런 사랑을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