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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회고전을 하자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다 사양했어요. 내가 그런걸 해야 할 정도로 늙었나? 난 아직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미루고 미루다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처음 회고전을 하는데, 말이 회고전이지 사실 신작이 절반이에요. 미술관측에서 ‘신작은 안 된다’고 했으면 이번에도 안했을 거예요”

 

오는 4월21일부터 6월28일까지 열리는 윤석남전시회는 그 자신의 표현대로 ‘하나의 획을 긋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일단 1982년 작품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37년간 만든 어마어마한 양의 작품이 다 들어오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작다. 예를 들어, <사람과 함께 그리고 사람 없이>의 1,025마리의 유기견 중에서 이번 전시회에는 2백 마리 밖에 놓이지 못한다. (현재 400마리가 포항 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1982년에 데뷔한 이후 한 고비 한 고비 넘어가며 변모해온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전시회라는 점에서 중요한 전시회임에 틀림이 없다. 이번 회고전이 ‘윤석남미술의 한 획을 긋는다’는 표현을 하는 사실상의 이유는, 이번 전시회 이후에는 ‘나무 작품을 하지 않겠다’ 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4월13일 가진 <선농문화포럼>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설치 작품을 안하고 평면작업을 하고 싶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평면이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설치미술에서 공간의 구속과 제약을 느낀다. 평면에서 오히려 자유가 느껴진다”고 피력하면서 “평면에서 그 구멍(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미술사에서 누구와도 닮지 않은 화가요, 스승 없이 평지 돌출함으로써 어떤 아류에도 속하지 않는 단독적인 존재인 윤석남. 그를 세운 것이 설치미술이요, 그를 대표하는 소재가 나무라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가 발견한 소재인 나무 판자는 그 소박한 질감과, 부조와 환조에 적합한 자연성으로 인해 윤석남 필생의 주제인 ‘여성성’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주었다. 그런 그가 “설치작업을 하지 않겠다. 나무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걸까?

 

그러나 그의 이력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윤석남 미술의 출발은 ‘회화’였다. 그가 주부우울증을 이겨 보려붓을 잡고 처음 한 일이 서예였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36세의 젊은 주부, 결혼 후 10년간 시어머니 모시고 딸 하나 키우며 살림하던 고졸의 한 여성. ‘미치기 직전일 정도로 불안하고 극도로 우울했던’, 자의식이 도저(到底)했던 여자. 예술가 혼을 피 속에 이어받은 딸 윤석남(그의 선친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감독 윤백남이다.)은 시인 박두진 선생이 이끄는 주부 서예반에 들어다 4년간 글씨를 배웠다. 판소리를 피 토하며 수련하는 명창들처럼 쓰고 또 썼다.

 

그러나 ‘임서’의 경직성에 순응하기에는 그의 창의적인 유전자가 너무 뜨거웠을 것. 드로잉으로 길을 바꾸면서 침식을 잃었고 수없이 많은 새벽을 맞았다. 박완서가 그랬듯이 그도 나이 40세에 화필을 집어 들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이후 2년간 하루에 10시간씩 그렸고 마침내 첫 전시회(1982년)를 열었다. 무명의 주부가 1백호 짜리 유화 36점을 내걸었다니.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작품이 나온 기록이 또 있을까 싶다. 11년 후에 그 유명한 <어머니의 눈>이라는 개인전을 통해 화단의 스타가 되고 마침내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중섭미술상(1996년)을 받는 신데렐라스토리가 탄생할 때까지 윤석남에게 영광을 안겨준 것은 ‘나무’요 ‘설치미술’이다. 그런 그가 다시 주부시절의 ‘평면’으로 돌아간다니, 그의 내부에서 무슨 회오리가 또 몰아친것일까?

 

아무튼 이번 전시회에서 우리는 윤석남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제주도의 부상이었던 김만덕, 조선시대 여류문필가 허난설헌, 역시 조선시대 기생이자 시인인 이매창. 이 세 여인이 이번 신작의 주인공이다. 이 여인들이 윤석남에게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전부터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나혜석과 더불어 이들에게 매료되어 그들의 삶을 천착하고 공감하는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회의 신작들은 이들에 대한 윤석남의 여전한 애정과 자부심을 확인시켜준다. 다만 표현 방법과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 살피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신작을 즐기는 묘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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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의 공간이 크다고들 하지만 제게는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 다만 높이가 아주 충분하더군요. 그래서 천장에서 내려오는 커다란 심장을 생각해 냈어요. 높이가 3미터 지름이 2미터인 핑크 심장을 걸고 그 안에 전등을 넣어 전시장을 이 심장의 색으로 물들이려 해요.”

 

그가 밝히는 붉은 심장은 이번 전시회의 중심인물 김만덕의 심장이다. 제주도 여류거상 김만덕은 기생출신이지만 상거래에 성공해 거부가 된 여자이며 실존인물이다.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아사할 위기에 몰리자 자수성가해 모은 전 재산으로 구휼해 수백의 목숨을 살렸다는 이야기. “저는 김만덕의 심장이야말로 눈물이라고 생각해요.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흘리는 눈물과 연민, 보살핌을 상징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김만덕이 남자가 아니고 여자였다는 점이 너무 자랑스럽고 고마워요.”

 

사춘기 시절에 극심한 가난을 겪어서 일까? 아니면 타고난 어진 성품 때문일까? 보통 사람에게는 그저 선의에 가득찬 부자요, 선행을 실천한 여자인 김만덕이 윤석남에게는 ‘불가사의한 심장을 가진 의인’인 모양이다.

 

김만덕에게 느끼는 윤석남의 감사와 감동이 붉은 심장이 되어 다른 작품들을 물들이고 관객마저 조명하는 빛이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허난설헌과 이매창을 노래하는 신작이 각각 나온다.

 

허난설헌은 27세에 마당에 핀 연꽃 27개를 보며 ‘내가 죽을 때인가보다’라고 했다 한다. 실제로 그 해 사망했다. 이매창은 허난설헌의 동생인 허균과 문학동지로 살던 여자. 허균과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기생임에도 동침하지 않고 다른 여자를 방에 넣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천재적 심상을 가졌으나 기생 퇴물로 인생 막장까지 몰려 아사했다.

 

“감히 저를 동일시하는건 아니지만 자기 삶에 대해 질문하고 표현하다 간 여자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비극에 끌립니다. 윤석남은 시대 잘 만나 지금까지 잘 살고 있지만 허난설헌이나 이매창, 그리고 과거의 차별적 사회에서 살다간 수많은 이름없는 여성들에게 관심이 갑니다”

 

그는 37년의 작가 생활이 너무 짧았다고 한다. “남들은 20대에 시작하는걸 저는 40에 시작했으니까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합니다. 그리다 죽고 싶습니다”

 

글 김 현 숙 前 TV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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